나는 꽃 핀 나주가 좋다

  • 입력 2017.06.19 15:19
  • 기자명 김지수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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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수 학생기자
▲ 김지수 학생기자
봄이기에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 봄이었다. 때때로 꽃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어딘가를 분주하게 가던 중에도 꽃을 보면 흐뭇하다.

움직일 수도 말없는 꽃이지만 저마다 낭만과 애수를 품고 있는 듯하다. 거리의 수많은 꽃들 덕에 나는 다시금 봄을 맞이한다.

대학생이 된 후로 예전만큼은 나주에 있질 못 했다. 과제에 치이고, 인간관계에 치이고, 일에 치여 사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내려온 나주에서 낯선 반가움을 만났다. 버스에서 내려 걷다 내가 ‘꽃 길’을 걷고 있음을 깨달았다. 곳곳의 가로등마다 알록달록 색감을 뽐내는 꽃 화분이 걸려있었다.

말 그대로 내 고향 나주는 이쁘게 꽃단장을 하고 나를 반겨주었다.
봄은 이미 지나갔지만 꽃들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봄의 산뜻함과 화사함이 남아 있는 듯 했다. 꽃으로 수놓아진 거리가 낯설다 못해 아름다워 반갑기까지 했다.

순천의 정원박람회, 곡성의 장미축제, 영암의 벚꽃축제 등 봄철이면 각 지자체마다 꽃향기를 찾아 헤매는 행락객을 붙잡기에 여념이 없는 것을 보며, 가끔 부러움을 느꼈다.

사실 나주도 경현리 한수제 인근에 핀 벚꽃이나, 영산강변의 유채꽃을 활용한 축제를 해년마다 개최한다. 반응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다소 한정적인 공간에서 혼자만의 사색이나 편안한 여유를 즐기기에는 약간 아쉽다. 그마저도 기간이 한시적이다 보니, 특별히 시간을 쪼개야만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주에 새로 생긴 ‘꽃 길’은 참 반갑고 고맙다. 늘 걷던 거리지만 꽃으로 치장된 화사한 모습에 지나간 추억과 시간마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건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혁신도시 관문인 빛가람 대교를 지날 때면 양 갈래로 수놓아진 이름 모를 꽃들 덕분인지 괜시리 마음이 설레인다. 호수공원 곳곳에도 대도시 부럽지 않은 꽃과 녹지 조형물이 놓여있다.

원도심도 마찬가지다. 가로등마다 걸린 꽃 화분과 교통섬 등 거리 곳곳에 조성된 꽃밭에 넋 놓고 있으려니, 녹색 보행 신호를 놓치기 일쑤다.

친구들에게 이런 자랑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꼭 영암이나 순천에 가지 않더라도 사계절 내내 예쁜 꽃과 나무들을 나주에서 볼 수 있다고 말이다.

이제 곧 맞이할 방학엔 모처럼 친구를 불러 꽃길을 걸어볼까 한다.

한 두 정거장 먼저 버스에서 내려 꽃길을 걸으며 나주의 맛 집과 내가 자주 걷던 길과 그 길에 담긴 추억에 대해 실컷 떠들면서. 그리고 날이 좋은 날엔 하루 즈음 과외를 대신해서 ‘나주 꽃길 투어’를 할 수도 있다.

꽃과 길은 늘 그 자리에 있다. 꽃과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움직이고, 바뀌어도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래서 더 낭만적이다.

그 때와 그 때 그 사람을 추억할 수 있으니까. 나는 내가 걸었던, 내가 걸을 길이 ‘꽃길’이었으면 좋겠다. 지나간 추억마저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꽃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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