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토주무[桑土綢繆]

  • 입력 2017.12.06 10:01
  • 기자명 박천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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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이 오기 전에 새(올빼미)가 뽕나무 뿌리를 물어다가 자기 둥지를 잘 막아 천재지변으로부터 환난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뜻.

<시경>국풍편에 있는 말이다.

시경이란 오경(五經)중에 하나로 공자가 만들었다고 전하며, 춘추시대 주(周)나라의 민요를 중심으로 모은 중국 최고의 고전이자 시집(詩集)이라 말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2천5백~3천년 전, 지역적으로 주나라세력범위는 황하 유역 이였고, ‘상토주무’의 출전은 빈 나라 땅에서 비롯한 ‘빈풍(豳風)’에 나온다. 평평하고 낮은 들을 중심으로 한 농경사회에서 유행했던 노래들을 작품화한 것이다. 당시, 농업근로에 관해서 읊었던 노랫말들이 자연스럽게 원초적 시의 경서(詩經)가 되어 오늘날까지 전승해 내려온 것이다.

빈풍,치효(鴟梟치효;올빼미)쪽에, 하늘이 흐려져 비가 오기 전에 저 뽕나무 뿌리를 캐어다가 창과 문을 엮어놓으면.. / 태천지미음우[迨天地未陰雨],철피상토[徹彼桑土],주무유효[綢繆牖戶].

또 빈풍,칠월(七月)쪽에, 동짓달에 싸늘한 바람이 일고, 섣달엔 매서운 강추위가 몰아쳐 추위 날 털옷들이 없으면 이 해를 어떻게 넘길까? / 일지일필발[一之日觱發],이지일율열[二之日栗烈],무의무갈[無衣無褐],하이졸세[何以卒歲].

이 문구는 주공이 지었다는 ‘빈풍칠월편(豳風七月篇)’이다. 이렇듯이 그 시대에서도 월동준비(越冬準備)라는 절기적과정이 보편적으로 널리 행해져 내려왔던 것 같다.

대한의 남아들이 군대를 가서 겨울로드는 이맘때가 되면 상부로부터 ‘월동준비‘에 관한 전언통신문을 하달 받고 무척이나 분주했던 기억이 날것이다.

태양의 황도 상 위치에 따라 정해진 1년을 24로 나누는 계절의 구분에 따라서 소, 대설(小, 大雪)절후이다. 이 무렵이면 얼음이 얼기 시작하고 첫 눈이 내리는 등 첫 겨울의 징후가 보인다. 이때가 되면 농가에서는 긴 겨울을 보내기위해 월동준비에 든다. 겨우 내내먹을 거둬들인 농작물을 저장하고, 살얼음 잡히니 배추 무 뽑아 김장을 하며, 시래기를 엮어달고 멍석에 무말랭이와 호박을 썰어 널고, 처마 밑에 곶감을 매달아 말리며, 감기의 면역력을 높이고 몸을 따뜻하게 보호해 주는 건강식품도 갖추어놓고, 소먹이로 쓸 볏짚을 모아두는 등 추운겨울을 나기위한 철저한 대비를 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낸다.

소설절기에 해당하는 ‘농가월령가’ 10월령의 세시풍속도 한 대목만 그려보자.

“시월은 초겨울 되니 입동 소설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니 고니소리 높이 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사일 다했구나! 남은 일 생각하여 집안일 먼저 하세!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다. 앞 냇물에 깨끗이 씻어 소금 간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에 작은 독이요 그보다 작은 항아리라. 양지에 헛간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장다리무우 아람 한 말도 얼지 않게 간수하소! 방고래 청소하고 바람벽 흙 바르기 창문도 발라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후략~

 

옛 문헌에 보이는 ‘상토주무’가 그랬듯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월동준비는 현대인들의 생활양식에도 꼭 있어야 하는 모양이다.

요즘 우리이웃들 모두가 이 처럼 절기에 따르는 월동준비를 하느라 한창이니 말이다. <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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