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 입력 2019.01.09 11:39
  • 기자명 박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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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인 2018년도 무술년의 사자성어로 교수들이 뽑은 것은 임중도원(任重道遠)이었다. 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라는 뜻이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교수신문에서는 그해에 일어난 정치, 경제 등 우리나라의 사회상을 반영한 사자성어를 발표해왔다. 교수들이 발표한 사자성어는 그 해 우리나라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대표적인 용어로 이번 임중도원도 1945년 남북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한 정상과 북미 정상이 만나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숨가쁘게 달려온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임중도원은 논어 태백편에서 나오는 용어로 사전적 의미는 맡은 책임은 무겁고 이를 수행할 길은 멀다라는 뜻으로 적폐청산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현 정부가 국민적 바람을 잊지 말고 개혁이라는 맡은 바 책임을 완수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참고로 지난 2017년을 두고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었다.
국정농단이라는 전대미문을 접하면서 국민들이 느꼈던 잘못된 것을 부수고 바른 것을 세우라는 열망을 담은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나주시는 어떨까?
임중도원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주지역사회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까?

지난 2018년 나주는 말 그대로 격동의 한 해였던 것 같다. 6월 지방선거와 맞물려 지역은 갈라졌고, 쓰레기열병합발전소를 놓고 “모 아니면 도”라는 이분법적 대립이 첨예화화됐다. 여기에 원도심 중앙에 자리잡은 LG화학 공장 증설문제까지 이슈화되면서 나주는 철저하게 대립했고 그 여파로 감정의 골만 깊어졌다.

목소리 큰 사람만 있었고, 자신의 주장만 옳다는 사람이 넘쳐났고, 생각이 다르면 틀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쓰레기열병합발전소 문제를 놓고 주도권을 잡아보겠다고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했던 나주시의회는 존재감을 상실한지 오래고,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해결점을 찾아보겠다던 나주시도 존재감이 흔들리고 있다.

열병합발전소 쓰레기사용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전남도와 함께 민관 거버넌스라는 시스템을 통해 해법을 찾겠다고 나선 상황이지만 얼마만큼의 실효성과 원하는 답을 얻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전남도 역시 범대위와 함께 전문가들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한 뒤 방안을 찾겠다는 민관 거버넌스에 대해 끝까지 책임있게 밀고 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그만큼 열병합발전소 문제는 이해관계자들이 각자가 기대한만큼 해법찾기가 수월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렇게 열병합발전소 문제를 언급한 것은 바로 책임이라는 화두를 환기시키기 위함이다. 열병합발전소는 나주시에 있어서 임중도원이다.

즉 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먼 숙제라는 의미다.
전남도나 나주시, 나주시의회, 난방공사, 심지어 범대위까지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책임을 끝가지 지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자신들이 원하는 주장을 펼치기는 쉽다. 하지만 주장한 내용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고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거기에 따른 역할과 책임도 매우 중요하다.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서든 공론화를 통해서든 아니면 또 다른 제3의 길을 통해서든 나주열병합발전소 문제는 반드시 해결방안이 나와야 된다. 그리고 도출된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그동안 지겹게 논쟁과 투쟁을 펼쳐온 이들은 모두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해 무겁게 고민해야 한다.

또 최근 전남도 종합감사를 통해 나주시의 온갖 비리가 터져나왔다. 마치 비리백화점이라도 보는 것처럼 나주시 행정이 매도됐고, 이미지는 실추됐다.

하지만 이번 전남도의 나주시 종합감사 발표를 놓고 다분히 감정적이고 보복적이라는 논란도 있다. 하필이면 나주시공무원노조가 전남도 감사를 거부하고 이것도 모자라 형사고발까지 한 상황에서 전남도가 감사를 강행해 무더기 징계를 내렸기 때문에 보복감사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서 나주시공무원노조의 입장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형사고발이라는 강수까지 두면서 반발했던 나주시 공무원노조가 감사결과에 대해 너무 반응이 없어서 이상하다. 한번 문제를 제기했으면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대처해야 하지 않겠는가? 잘못이라면 솔직히 인정하고 그렇지 않으면 전남도 감사결과에 대해 저항해야하지 않나? 판을 키웠으면 책임이라도 지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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